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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밀라 요보비치가 그냥 운 좋게 뜬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5원소에서 아슬아슬한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 장면이 먼저 떠올랐고, 레지던트 이블도 게임 IP를 등에 업고 흥행한 시리즈 정도로만 봤거든요.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니 이 사람, 정말 만만한 삶을 살아온 게 아니었습니다. 11살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졌고, 믿었던 감독과의 관계가 무너진 뒤에도 다시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그 지독한 반복이 어떻게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는지, 제가 정리한 내용을 나눠보겠습니다.

흑화의 시작 — 뤽 베송과의 관계가 남긴 것
제5원소 촬영 당시 밀라 요보비치의 나이는 고작 19살이었습니다. 뤽 베송 감독은 이미 레옹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거장이었고, 신인이었던 밀라가 그의 카리스마에 이끌리는 건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뤽 베송에게 아내 마이웬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마이웬은 남편 영화에 출연하면 헤어지겠다고 선언할 만큼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는데, 결국 캐스팅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본인이 직접 외계인 디바 역을 맡게 됩니다. 3시간이 넘는 특수 분장(Special FX Makeup — 배우의 피부에 직접 인공 재료를 붙여 외형을 바꾸는 작업)을 매일 견디며 3개월간 오페라를 연습한 끝에 완성한 장면이었죠.
그런데 완성된 영화를 본 마이웬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혼신을 다한 오페라 장면이 밀라의 액션 씬과 교차 편집(Cross-cutting — 두 개 이상의 장면을 번갈아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이는 편집 기법)으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감독의 카메라 렌즈가 아내가 아닌 다른 여배우를 향하고 있었다는 신호였던 셈이죠.
밀라 역시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나서 감독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확신했다고 합니다. 칸 영화제에서 뤽 베송과 공개적으로 팔짱을 낀 채 등장한 건 그 확신의 표현이었을 겁니다. 영화는 개막작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밀라는 할리우드의 새로운 얼굴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그 찬사 뒤에는 아내 마이웬의 이혼이라는 대가가 있었습니다.
잔다르크의 저주 — 커리어가 흔들리던 시절
뤽 베송과 결혼한 밀라는 곧 잔다르크라는 영화에 함께 출연합니다. 할리우드에는 이른바 '잔다르크의 저주'라는 속설이 있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성녀를 연기한 배우들은 반드시 불행을 겪는다는 것이었죠. 1948년 잉그리드 버그만은 불륜 스캔들로 퇴출 위기를 겪었고, 이전 세대의 배우들은 이른 죽음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밀라는 그런 속설을 일축했지만, 결과적으로 저주는 그녀를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촬영 내내 뤽 베송과 갈등을 겪다가 영화 개봉 전에 이혼을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더 가혹한 건 완성된 영화였습니다. 밀라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점진적으로 심화되는 내면의 변화였는데, 뤽 베송은 잔다르크를 처음부터 끝까지 광인으로만 그려냈습니다. 개인적인 감정이 편집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는 결과물이었죠.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고, 밀라는 골든 라즈베리 어워드(Razzie Awards — 매년 최악의 영화와 연기를 선정하는 비공식 시상식으로, 아카데미 시상식 전날 발표됩니다) 후보에 오르는 굴욕까지 겪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그녀가 틀린 게 아니라 틀린 관계 안에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구도의 문제였습니다.
이 시기에 밀라 요보비치가 맞닥뜨린 어려움을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 뤽 베송과의 이혼으로 인한 사생활 노출과 심리적 타격
- 잔다르크 흥행 실패와 최악의 연기 후보라는 혹평
- 아버지 보그단 요보비치의 대규모 보험 사기 범죄 발각 — 약 700억 원 규모의 허위 청구
- 범죄자의 딸이라는 낙인이 할리우드 내 이미지에 미친 실질적 타격
솔직히, 이 상황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버티기 어려웠을 겁니다. 제 경험상 커리어와 관계가 동시에 흔들릴 때 버티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밀라는 그 시점에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레지던트 이블 — 게임이 꺼낸 여전사
추락하던 밀라를 구한 건 뜻밖에도 이복 동생과 즐겨 하던 바이오하자드 게임이었습니다. 원작 게임 제작사가 영화화를 추진하면서 대본이 들어온 것이었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최초 감독으로 낙점된 건 조지 로메로였습니다. 바이오하자드 게임 자체가 그의 좀비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을 만큼 상징적인 선택이었지만, 그가 가져온 대본은 지나치게 기괴해서 상업적으로 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대신 선택된 감독이 폴 앤더슨이었습니다. 그는 모탈 컴뱃이라는 게임 원작 영화를 이미 흥행시킨 이력이 있었고, IP 어댑테이션(IP Adaptation — 게임·만화·소설 같은 원작 지식재산권을 영화나 드라마로 재창작하는 작업)에 특화된 감독이었습니다. 폴 앤더슨은 원작의 설정만 가져오고 스토리 라인을 완전히 새로 짜는 전략을 택했는데, 게임 줄거리를 그대로 복사하면 영화로서의 생명력이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철학은 옳다고 봅니다. 게임과 영화는 몰입의 방식 자체가 다른 매체이니까요.
여주인공 섭외는 난항이었습니다. 사라 미쉘 갤러, 제니퍼 러브 휴잇, 커스틴 던스트 같은 당대 톱 배우들이 고난도 액션과 노출 수위에 부담을 느껴 줄줄이 거절했고, 그 자리에 밀라가 선뜻 나선 것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관련 자료를 살펴봤는데, 밀라는 이 역할에 임하기 위해 3개월간 혹독한 무술 훈련을 소화했습니다. 촬영 당시 얼굴에 가득했던 상처와 멍은 분장이 아니라 실제 훈련 중 생긴 것들이었습니다.
촬영 과정에서 폴 앤더슨 감독과 대본의 비중 문제로 충돌하기도 했습니다. 감독이 조한나 미쉘 로드리게스의 분량을 늘리면서 주인공인 밀라가 들러리처럼 느껴지게 대본이 수정된 것이었죠. 격렬한 논쟁이 오갔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연인이 됩니다. 이 관계는 훗날 결혼으로 이어집니다. 레지던트 이블은 대성공을 거뒀고, 밀라는 액션 여전사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제2의 전성기를 열었습니다.
한편, 영화의 예술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 제5원소와 비교했을 때 서사의 밀도는 훨씬 단순합니다. 절대 악을 막는다는 구도, 선택받은 영웅이라는 설정은 고전적인 권선징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다만 그것이 이 시리즈의 약점이자 동시에 강점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서사 없이 몰입할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분명히 있었으니까요. 출처: Rotten Tomatoes에서 1편의 관객 점수가 시리즈 내내 비평가 점수를 크게 웃돌았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엄마가 된 여전사 — 삶의 균형을 찾기까지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흥행을 이어가는 동안, 밀라 요보비치의 삶에는 또 다른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폴 앤더슨 감독과의 사이에서 딸을 출산한 것이었습니다. 밀라는 아이를 품에 안는 순간 삶의 우선순위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화려한 커리어도, 타인의 인정도 아니라 가족이 먼저가 되었다는 말이었죠.
이 부분이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대목이었습니다. 11살부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돈 버는 기계처럼 살아야 했던 아이가, 결국 자신만의 가족을 이루면서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는 서사가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습니다. 밀라는 대가족을 이루고 싶다고 했고, 2년 뒤 폴 앤더슨과 결혼해 딸 둘을 더 낳습니다.
첫째 딸 에버 앤더슨은 레지던트 이블 마지막 편을 시작으로 블랙 위도우, 피터 팬 앤 웬디 등에 출연하며 신예 배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밀라의 접근 방식이 특이합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돈을 벌기 시작하면 평범한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자신이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딸만큼은 학교 생활을 충실히 이어가면서 균형을 잃지 않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었죠. 에버는 쉬는 시간에 태권도를 배우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배우를 알아보는 안목도 남달랐습니다. 영화 퍼펙트 게터웨이 촬영 중 함께 출연한 무명 배우를 본 뒤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 그 이름을 꼭 기억해 두라고 했는데, 그 배우가 바로 훗날 토르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크리스 헴스워스였습니다. 제 경험상 사람을 제대로 보는 눈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실패와 좌절을 겪었느냐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밀라 요보비치의 커리어 궤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11세: 사진작가 리처드 에버던에게 발탁, 모델 활동 시작 — 12세에 하루 약 400만 원 수입
- 15세: 통장 잔고 14억 원, 블루 라군 후속작 출연 — 골든 라즈베리 최악의 신인 후보
- 19세: 제5원소로 할리우드 데뷔, 칸 영화제 주목 — 뤽 베송과 스캔들
- 2000년대: 잔다르크 실패,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로 재기 성공
- 2016년: 레지던트 이블 파멸의 날로 10년 넘는 시리즈 마무리
이 흐름을 보면 밀라 요보비치의 삶은 직선이 아닙니다. 올랐다 내려가고, 무너졌다 다시 올라오는 곡선입니다. 출처: IMDb — 밀라 요보비치 필모그래피를 보면 그 기복이 데이터로도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중요한 건 그 곡선이 결국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밀라 요보비치가 뤽 베송 감독과 결혼까지 한 건가요?
A. 맞습니다. 제5원소 촬영 이후 뤽 베송이 아내 마이웬과 이혼하고, 같은 해 밀라 요보비치와 결혼했습니다. 이후 잔다르크를 함께 작업하다 이혼했고, 밀라는 훗날 레지던트 이블의 폴 앤더슨 감독과 재혼해 현재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Q. 레지던트 이블에서 밀라 요보비치가 직접 액션을 한 건가요?
A. 스턴트 대역을 최소화하고 직접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좀비를 피해 벽을 타고 발차기를 하는 장면은 3개월간의 훈련 끝에 완성되었고, 촬영 당시 얼굴의 멍과 상처는 실제 훈련 중 생긴 것들이었습니다. 훈련 강도가 워낙 높아 감독 얼굴에 훅을 날린 일화도 있습니다.
Q. 밀라 요보비치 아버지 범죄 사건이 커리어에 얼마나 영향을 줬나요?
A. 아버지 보그단 요보비치는 가짜 건강 검진실을 통해 보험금 약 700억 원을 허위 청구한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밀라는 인터뷰에서 이 주제를 절대 언급하지 말라고 사전에 고지했을 만큼 민감하게 여겼고, 실제로 관련 질문에 마이크를 빼버리고 자리를 떠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이미지가 중요한 만큼 심리적·실질적 타격이 컸던 것으로 보입니다.
Q. 제5원소 제작 당시 뤽 베송 감독 아내 마이웬은 어떤 역할이었나요?
A. 마이웬은 원래 출연할 계획이 없었으나 캐스팅 공백이 생기면서 외계인 디바 역을 맡게 되었습니다. 매일 3시간 이상의 특수 분장을 감수하며 3개월간 오페라를 연습해 장면을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완성된 영화에서 자신의 장면이 밀라 요보비치의 액션과 교차 편집되어 있는 것을 보고 남편의 관심이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음을 직감했다고 합니다.
Q.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 중 가장 흥행한 편은 어떤 건가요?
A. 2010년 개봉한 4편 레지던트 이블: 끝나지 않는 전쟁이 시리즈 중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비평가들에게는 매트릭스의 엉성한 모방이라는 혹평을 받았지만, 관객 반응은 달랐습니다. 폴 앤더슨 감독과 밀라 요보비치가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작품이기도 합니다.
결론
제가 처음에 밀라 요보비치를 운 좋은 배우로 봤던 건 표면만 봤기 때문이었습니다. 11살에 가족의 생계를 떠안았고, 유부남 감독과의 관계로 스캔들의 중심에 섰으며, 잔다르크로 커리어가 흔들렸을 때도, 아버지의 범죄가 드러났을 때도 그녀는 카메라 앞에 다시 섰습니다. 온몸에 멍이 들면서도 발차기를 반복했고, 그 지독한 반복이 쌓여 지금의 밀라 요보비치가 되었습니다.
제5원소의 비주얼은 여전히 압도적이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는 단순한 서사에도 불구하고 액션 오락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서사의 깊이나 성 역할의 한계 같은 비판적 시각도 충분히 유효하지만, 그 한계를 넘어서는 배우 개인의 서사가 훨씬 더 강렬하게 남습니다. 밀라 요보비치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졌다면, 제5원소와 레지던트 이블 1편을 순서대로 보는 것을 권합니다. 같은 배우가 얼마나 다른 무게를 갖고 화면을 채우는지 느껴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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