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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공개 직후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한국 SF 드라마가 있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첫 화를 틀었습니다. 조승우가 비행기 안에서 자석 하나로 추락을 막는 장면을 보는 순간, 저는 그대로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2021년 방영된 《시지프스: the myth》 — 천재 공학자와 미래에서 온 구원자가 핵전쟁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타임루프 SF입니다. 화려한 설정만큼이나 뒷맛이 복잡한 드라마이기도 했습니다.



이 세계관, 처음엔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미래에서 사람이 온다는 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거지?" 《시지프스》는 이 질문에 꽤 공을 들여 답합니다.

극 중 핵심 기술은 양자 전송(Quantum Transmission)입니다. 여기서 양자 전송이란 물질을 특정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위상 이동시키는 기술로, 쉽게 말해 복사기처럼 정보를 분해해서 다른 곳에 재조합하는 방식입니다. 드라마는 이것이 시간 축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전제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제가 처음 이 설정을 접했을 때 "이 정도면 SF로서 충분히 설득력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오는 사람들을 '업로드'라고 부르는데, 이 업로드 성공률이 고작 10%, 그 중 단속국을 피해 한국에 정착할 확률은 5%라는 설정도 흥미로웠습니다. 목숨을 걸고 멸망한 미래에서 과거로 뛰어드는 사람들의 동기가 단지 생존만이 아니라는 점이 서사의 밀도를 높여줬습니다. 단속국(斷束局)이란 이 이주자들을 감시하고 제거하는 정부 조직으로, 극의 주요 적대 세력입니다.

핵 전쟁이 일어난 미래에서 서울이 방사능으로 오염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식재료를 구하러 다닌다는 설정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Dystopian Worldbuilding) — 인류가 자초한 파멸 이후의 세계를 묘사하는 장르 문법 — 을 충실히 따릅니다. 제가 보기에 이 파트만큼은 탄탄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드라마 장르 분류 기준).

 

  • 양자 전송 기술로 미래인이 과거로 이동하는 설정
  • 업로드 성공률 10%, 정착 확률 5%라는 구체적 수치
  • 단속국이라는 국가 기관이 이주자를 통제
  • 핵전쟁으로 인한 서울 방사능 오염 — 디스토피아 세계관

 

요약: 양자 전송과 업로드 개념으로 설계된 세계관은 초반에는 SF로서 충분한 설득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천재 공학자 한태술, 정말 '천재'답게 느껴졌나요?

조승우가 연기한 한태술은 세계적 공학자이자 퀀터맨타임의 창업자입니다. 드라마는 그의 천재성을 꽤 직접적으로 보여줍니다. 만 미터 상공의 기압 때문에 라면이 맛없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논증하거나,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자석으로 전류를 복구해 착륙시키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냥 주먹으로 적을 때려눕히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가 아니라, 물리학 지식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장면이 반복된다는 점이 차별화 포인트였습니다.

비등점(Boiling Point), 즉 액체가 기체로 상변화하는 온도가 기압이 낮을수록 낮아진다는 원리를 비행기 안 라면 논쟁에 끌어오고, 이후 단속국을 피할 때 뷰테인 가스의 비등점을 이용하는 장면에서 저는 "이 작가, 제대로 공부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캐릭터의 이과적 설득력을 쌓아가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중반 이후입니다. 위기마다 태술 본인의 천재성보다 조력자의 희생이나 우연한 타이밍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캐릭터 매력이 급격히 소진되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세계 최고 공학자"라는 타이틀이 서사 후반으로 갈수록 액세서리처럼 느껴진다는 점은 분명한 아쉬움이었습니다.

한태술이 컨퍼런스에서 설탕 한 조각을 이용해 물질의 위상 이동(Phase Transition) — 물질이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현상 — 을 시연하는 장면은 드라마 전체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그 한 장면이 업로드 기술의 씨앗이 된다는 복선은 잘 설계됐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콘텐츠 분석 자료).

 

요약: 한태술의 천재성은 초반 이과적 디테일로 설득력을 얻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주변 캐릭터에 의존하며 그 매력이 희석됩니다.

 

타임루프의 쾌감, 그리고 서사가 무너진 지점

타임루프물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인과율(Causality)의 정합성입니다. 인과율이란 원인과 결과 사이의 필연적 연결 관계를 의미하는데, 타임루프 장르에서는 "과거의 어떤 행동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낳는가"라는 고리가 촘촘하게 맞아떨어질 때 시청자가 쾌감을 느낍니다.

서해가 가지고 온 일기장이 사실 태술이 선물한 것이었다는 장치, 태산이 비행기에 부딪혀 사라진 것이 알고 보면 업로드 중 오류였다는 반전, 형기가 과거로 온 이유가 어머니에게 마지막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 후회 때문이라는 설정 — 이런 복선 회수들은 저를 진짜로 탄성 나오게 만든 순간들이었습니다. "이 작품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게 바로 이런 때였습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설정의 구멍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타임 패러독스(Time Paradox) — 시간 여행에서 발생하는 논리적 모순, 예컨대 과거를 바꾸면 그 결과로 미래가 달라지는데 그렇다면 애초에 왜 미래인이 왔는가라는 순환 모순 — 를 드라마는 끝내 명쾌하게 해소하지 못합니다. 서해가 일기장에 쓴 미래 지시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시그마라는 거대 악이 왜 태술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지도 설명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회차를 다시 돌려보며 복선을 추적해봤는데, 후반 4분의 1 지점부터는 설정보다 로맨스 감정선이 전면에 나오면서 SF 장르 드라마로서의 본래 긴장감이 급격히 느슨해집니다. 이 드라마가 "용두사미"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고 봅니다.

 

요약: 인과율 기반의 복선 회수는 탁월했지만, 타임 패러독스 해소 실패와 후반부 로맨스 편중이 SF 장르물로서의 완성도를 깎아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시지프스 드라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나요?

A. 네, 《시지프스: the myth》는 넷플릭스에서 전편 감상이 가능합니다. 2021년 JTBC 방영 직후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전 세계 1위를 기록한 바 있으므로, 지금도 넷플릭스 라이브러리에서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Q. 시지프스 드라마 결말이 해피엔딩인가요?

A. 결말에 대해서는 시청자마다 해석이 엇갈립니다. 핵전쟁을 막으려는 목표 자체는 어느 정도 귀결을 맺지만, 타임루프 구조 특유의 열린 결말 요소가 남아 있어 "완전한 해피엔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저도 마지막 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여운이 쉽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Q. 시지프스 드라마 몇 부작인가요?

A. 총 16부작입니다. 2021년 2월부터 4월까지 JTBC에서 방영됐으며, 회당 러닝타임은 약 70~80분입니다. 분량이 상당하므로 세계관에 충분히 몰입할 시간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Q. 단속국이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인가요?

A. 단속국은 미래에서 과거로 넘어온 이주자들을 색출하고 통제하는 정부 기관으로, 드라마의 주요 적대 세력 중 하나입니다. 이들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시간 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초반에는 그 의도가 불분명하게 그려져 긴장감을 높이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결론

《시지프스: the myth》는 한국 드라마가 SF 장르에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시험한 작품입니다. 양자 전송, 타임 패러독스, 디스토피아 세계관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조승우와 박신혜라는 배우의 힘으로 버텨낸 측면이 분명 있습니다. 초반 6회까지의 밀도와 복선의 정교함은 제가 최근 몇 년 사이 본 한국 드라마 중 손에 꼽을 만큼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장르물로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SF를 좋아하지만 타임루프 장르가 낯선 분이라면 전반부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고, 세계관과 설정의 완성도를 꼼꼼히 따지는 분이라면 기대치를 약간 조정하고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시지프스 신화를 다시 찾아 읽었습니다. 결국 그게 이 드라마가 남긴 가장 큰 선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kmy555Hm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