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이 손에서 장난감이 사라지고 태블릿이 그 자리를 채운 순간을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극장에서 토이 스토리 5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던 건 우디나 제시가 아니라 바로 그 장면이었습니다. 30년 만에 돌아온 픽사의 대표 프랜차이즈는, 이번에 꽤 묵직한 질문을 들고 왔습니다. 과연 장난감의 시대는 정말로 끝난 걸까요?



시대성 — 이 영화가 2025년에 나온 이유

1995년 픽사가 최초의 풀 CG 장편 애니메이션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그 영화를 극장에서 본 아이들은 이제 부모가 됐습니다. 그 세대의 자녀, 즉 Z세대(Gen Z)와 알파세대가 지금의 주된 관객층입니다. 토이 스토리 5는 바로 이 두 세대를 동시에 겨냥한 구조로 만들어졌고, 그 선택이 꽤 영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위기는 본니의 부모가 '릴리패드'라는 스마트 태블릿을 선물하면서 시작됩니다. 스크린 타임(Screen Time)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스크린 타임이란 아이가 하루 중 디지털 기기 화면을 바라보며 보내는 총 시간을 의미합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만 6세 이상 아동의 경우 스크린 타임에 일관된 한도를 두도록 권고하고 있으며(출처: 미국소아과학회 HealthyChildren.org), 이 영화는 그 현실을 서사의 중심 갈등으로 끌어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씁쓸했던 장면이 있습니다. 제시가 본니의 방을 벗어나 다른 아이들 집을 살펴보는데, 방마다 아이들이 전부 태블릿을 들고 있는 겁니다. 감독이 현실을 그대로 옮겨놓은 장면인데, 마음이 편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기술을 악당으로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 즉, 사회 전반의 상호작용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행하는 변화 — 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건강한 관계 맺기가 가능한지를 묻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앤드루 스탠튼 감독은 1편부터 4편까지 전부 각본에 참여한 시리즈의 산증인입니다. 이번엔 30세 가까이 어린 메켄나 해리스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았는데, 그 세대 차이가 오히려 영화의 시각적 균형을 잡아준다고 느꼈습니다.

 

요약: 토이 스토리 5는 스크린 타임 논쟁을 서사의 핵심 갈등으로 삼아, 두 세대 관객 모두를 겨냥한 시대성 짙은 작품입니다.

 

디지털 전환 — 영화가 던진 질문, 그리고 아쉬운 점

이번 편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제시입니다. 우디가 빠진 자리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서사는 확실히 신선했고, 버즈와의 관계가 부각되는 중반부까지의 흐름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새 캐릭터인 스마티 팬츠, GPS 하마, 스냅 3인방이 합류하면서 국면이 전환되는 구성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빌런 포지션에 있는 릴리패드가 지나치게 평면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입니다. 스마트 기기라는 존재에 개구리 형상을 입혀 단순한 방해꾼으로만 그린 건, 감독이 인터뷰에서 밝혔던 "기술을 악당으로만 몰아갈 수 없다"는 의도와 살짝 어긋나 보였습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립이라는 화두를 꺼냈다면, 태블릿의 긍정적 측면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담아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반면 버즈의 활용 방식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버즈 장난감에 OS(Operating System) — 운영 체제, 즉 기기의 기능 전반을 제어하는 핵심 소프트웨어 — 가 탑재되어 버전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설정이 깔립니다. 그 설정 덕분에 버즈가 실제로 날아오르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1편에서 스스로를 진짜 우주인으로 착각해 추락했던 그 장면을 기억하는 분들이라면 꽤 감정이 올라올 겁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오래된 팬들에게만 통하는 섬세한 팬서비스였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서사 구조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시리즈의 '장난감 대 장난감' 구도에서 벗어나 '장난감 대 테크' 구도로 전환
  • 다른 아이의 방이 적대적 공간이 아닌 협력의 무대로 기능하는 구조 변화
  • 역할극(Role Play)을 통한 아이의 창의성 강조 — 본니가 장난감에 한국 막장 드라마식 치정극을 연기시키는 장면이 크레파스 톤으로 묘사됨
  • 포키, 보핍 등 4편 주역들은 카메오 수준으로 축소, 신규 캐릭터 중심으로 재편

이 중 역할극 장면은 제가 보면서 가장 웃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아, 이게 진짜 아이들이 장난감으로 하는 놀이구나" 싶어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창의적 서사 능력이 어디서 자라는지를 픽사답게 담아낸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대립이라는 화두는 유효하지만, 빌런 묘사의 평면성과 전작 캐릭터들의 축소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시리즈 한계 — IP 연장인가, 진짜 이야기인가

토이 스토리 3편은 앤디와의 이별로 완벽한 마무리를 보여줬고, 4편은 우디가 스스로 독립을 택하며 또 한 번 묵직한 엔딩을 만들었습니다. 그 두 편의 완성도를 기억하는 관객 입장에서 5편은 솔직히 "왜 또?"라는 질문을 먼저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제 경우엔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부터 그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IP(Intellectual Property), 즉 지식재산권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캐릭터·브랜드·스토리 자체가 돈을 버는 자산이 되는 구조입니다.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픽사와 디즈니에게 가장 확실한 흥행 보증 IP 중 하나입니다. 스핀오프였던 버즈 라이트이어가 제작비 2억 달러를 투입하고도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출처: Box Office Mojo)을 감안하면, 5편의 기획 배경에 상업적 동기가 상당 부분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비판만으로 5편 전체를 묵살하기엔, 영화가 담은 질문이 생각보다 깊습니다. "스마트 기기 시대에 아이와 장난감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지는가"라는 존재론적 고민은 시리즈 고인물로서도 처음 마주하는 화두였습니다. 메타크리틱 74점, 로튼 토마토 93%라는 평가 수치가 말해주듯,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갈립니다. 줄거리가 단조롭고 모험의 박진감이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영화가 액션보다 메시지에 무게를 실은 선택의 결과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의미를 가지는 건, 기술 변화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를 물어보는 지점에 있습니다. 반드시 스크린 타임을 줄이는 게 정답이 아니라는 시각, 저는 그 지점에서 이 영화가 안일한 기획이라는 비판을 일부 비켜간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상업적 IP 연장이라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기술 시대에 관계 맺기를 묻는 메시지는 시리즈 최초의 새로운 화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이 스토리 5,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을까요?

A. 아이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입니다. 다만 저는 이 작품이 부모 세대에게 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고 느꼈습니다. 스크린 타임 논쟁이나 디지털 기기와 아이의 관계를 고민해본 어른이라면, 아이 옆에서 보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Q. 4편을 안 봤는데 5편 이해가 될까요?

A. 5편은 4편의 결말 이후에서 시작됩니다. 우디와 보핍이 본니 곁을 떠났다는 전제가 깔려 있어, 4편을 보고 오면 감정선이 훨씬 풍부하게 연결됩니다. 1~4편을 모르더라도 내용 파악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버즈의 드론 장면 같은 팬서비스 포인트는 아무래도 전편을 아는 분들께 더 크게 와닿습니다.

 

Q. 우디 비중이 얼마나 되나요?

A. 5편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제시입니다. 우디는 제시의 SOS를 받아 합류하는 구조라 초반보다는 중후반에 등장 비중이 집중됩니다. 우디 중심 서사를 기대하고 간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제시가 리더로 성장하는 흐름 자체가 신선했습니다.

 

Q. 영화 속 빌런 릴리패드가 AI랑 연관이 있나요?

A. 처음 예고편이 공개됐을 때 AI 관련 설정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지만, 실제 영화에서 릴리패드는 AI 서사와는 직접 연결되지 않습니다. 버즈에게 OS 업그레이드 설정이 부여되는 장면이 있어 기술적 요소가 녹아들긴 하지만, AI를 주제로 한 영화는 아닙니다.

 

결론

토이 스토리 5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영화 자체의 감동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장난감을 쥐고 역할극 하던 그 시절이 진짜 행복이었나"라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3편의 눈물이나 4편의 울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솔직히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건드리는 질문 —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에 아이다운 상상력을 어떻게 지켜줄 것인가 — 은 30년 전 1편이 던졌던 질문만큼이나 유효합니다.

픽사가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갈 이유가 있는지 반신반의했던 저도, 극장을 나오면서 만큼은 "이 이야기,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러 갈 계획이 있다면, 아이보다 본인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하고 가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hl6TWNZ1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