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을 나오면서 "좋은 건 알겠는데,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동행에게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창동 감독의 2018년작 이 바로 그 영화였습니다. 두 번 보고 나서야 이 작품이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존재를 어떻게 느끼게 만드는가에 관한 정교한 설계도라는 걸 알았습니다. 종수·해미·벤, 세 사람이 존재하는 방식영화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이걸 실종 스릴러로 받아들였습니다. 해미가 사라지고, 종수가 쫓고, 벤이 의심받는 구조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 영화를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분류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 경험상 그 틀로 접근하면 2시간 28분 내내 허탈함만 남습니다. 이 영화는 장르적 쾌감을 주지 않으니까요.세 인물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presence)을 획득합니..
범인을 잡아야 할 사람이 범인보다 더 많은 증거를 조작한다면, 그 사람은 정의의 편일까요? 영화 (2010)를 처음 봤을 때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부검의와 냉혹한 연쇄 살인마 사이의 두뇌 대결을 다룬 이 작품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라 '복수는 결국 누구를 파괴하는가'라는 훨씬 무거운 질문을 던집니다.부검의의 딜레마 — 단서와 거짓 사이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한 장면은 화려한 액션이 아니었습니다. 강민호(설경구 분)가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에게 상처를 내고 그 피를 증거물에 묻히는 장면이었습니다. 국가 최고의 부검 전문가가 자신의 손으로 법의학적 증거를 파괴하는 그 순간, 이 영화가 단순한 범죄물이 아님을 직감했습니다.법의학(Forensic Science)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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