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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실제 억울한 옥살이 사건 네 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사실, 영화 보기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관람 후 찾아보고 나서야 "아, 그래서 그 답답함이 진짜처럼 느껴졌구나" 싶었습니다. 오락 영화치고 꽤 묵직한 출발점이었습니다.

 

버디코미디라는 포장, 그 안의 진짜 재미

영화 '끝장수사'는 버디코미디(Buddy Comedy) 장르를 정직하게 따릅니다. 버디코미디란 성격이나 배경이 정반대인 두 인물이 억지로 엮이면서 갈등과 웃음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장르 공식입니다. 한때 광수대 에이스였다가 지방으로 자천된 꼬질꼬질한 베테랑 형사 서제혁과, 재벌가 출신 인플루언서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내기 끝에 경찰 시험에 붙어버린 신입 김중호. 이 둘의 조합은 처음부터 물과 기름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초반 시골 교회 헌금 48,700원 절도 사건 시퀀스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형사 생활 첫 사건이다, 교회 헌금 도난"이라는 대사가 나오는 순간, 옆자리 관객도 같이 풋 하고 웃더라고요. 스케일의 낙차를 웃음으로 쓴 연출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버디코미디 공식을 좋게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저는 후반부로 갈수록 두 캐릭터의 케미가 장르의 한계에 묶여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우며 성장하는 이른바 '브로맨스 서사'는 분명히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그 성장의 계기가 매번 갈등-화해-공조라는 정해진 순서를 밟는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배성우 특유의 능청스럽고 날카로운 연기가 없었다면 이 반복 구조는 훨씬 더 눈에 띄었을 겁니다.

  • 서제혁(배성우): 광수대 출신, 사건 하나로 지방 자천된 베테랑 형사
  • 김중호(신입): 재벌 2세 인플루언서, 내기로 경찰 시험 합격 후 강제 발령
  • 케미의 축: 꼰대 vs 금수저, 현장 경험 vs 패기, 소멸하는 자존심 vs 막 올라온 자신감
요약: 버디코미디 공식을 충실히 따른 두 주인공의 케미는 영화의 가장 큰 활력소지만, 성장 서사의 반복 구조는 장르 공식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합니다.

 

허위자백이라는 소재, 얼마나 날카롭게 썼나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된 실제 사건들은 한국이 아닌 일본에 있습니다. 허위자백(False Confession)이란 실제로 범행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수사 과정에서 압박을 받아 범행을 인정하는 진술을 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영화 속 피해자가 "3일 동안 잠도 안 재우고 같은 말을 100번 넘게 시키고, 나중엔 애 학교까지 찾아가겠다고 협박했다"고 토로하는 장면은 이 메커니즘을 아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영화가 모티브로 삼은 실제 일본 사건들은 법조계에서 오래 논의된 주제입니다. 우아지마 사건, 아시카가 사건, 히미 사건 등은 DNA 재감정이나 진범의 자백으로 결백이 뒤늦게 드러난 사례들입니다. 일본 학자들은 이 사건들을 분석하며 밀실 수사 환경과 자백 편중 수사 문화가 허위자백을 구조적으로 만들어낸다고 지적했습니다(출처: 일본 최고재판소 공식 사이트).

이 지점에서 영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실화 기반 모티브가 사회적 메시지를 강화해준다는 것이죠. 저도 그 부분은 충분히 인정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영화가 허위자백이라는 소재를 극의 발화점으로만 사용하고 그 구조적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지는 않았습니다. 억울하게 갇힌 인물의 고통이 후반부에서는 사실상 배경으로 물러나고, 형사 두 명의 수사 로드무비가 전면으로 나서버립니다. 그 소재를 이 정도로만 쓰기에는 다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 일본 실제 허위자백 사건들에서 따온 소재는 묵직하지만, 영화는 그 무게를 끝까지 들고 가지 않고 오락적 수사극으로 빠르게 선회합니다.

 

클리셰 논란, 그래도 볼 만한가

영화를 보는 내내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베테랑 형사와 신참의 조합, 정의로운 여검사, 관할권 다툼하는 서울 경찰서, 부패한 선임 형사. 이 구도는 '베테랑', '투캅스', '범죄도시' 시리즈가 반복해 온 한국형 형사물의 클리셰(Cliché)입니다. 클리셰란 오랜 반복으로 신선함을 잃어버린 장르적 공식이나 표현을 뜻합니다. 제 경험상 이런 클리셰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관객이 장르에 기대하는 안락한 쾌감을 충족해 주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끝장수사'에서 특히 아쉬운 건 금수저 인플루언서라는 설정입니다. 2020년대 트렌드를 녹인 참신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정작 극 안에서 그 설정이 수사의 핵심 반전이나 장르적 개성으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일회성 개그 소재로 소모되고 맙니다. 신선한 포장지 안에 익숙한 내용물이 들어있는 셈이었습니다.

반면 빌런 역의 윤경호는 달랐습니다. 서늘한 마스크와 단단한 존재감으로 스크린 위의 긴장감을 혼자 끌어올리는 장면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빌런 연기가 탄탄할 때 범죄 장르의 완성도가 체감상 확 올라갑니다. 그 점에서는 분명히 제값을 했습니다. 한국영화산업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국 범죄·스릴러 장르의 극장 관객 점유율은 전체의 약 31%를 차지하며 꾸준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KOBIS). 그만큼 장르 팬의 눈도 높아졌고, 클리셰를 어떻게 비틀어내느냐가 이 장르에서 살아남는 핵심 조건이 된 것이죠.

권선징악이라는 결말을 아쉬워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그 명쾌함이 극장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Catharsis)를 완성했다고 봅니다. 카타르시스란 억압된 감정이 극적 경험을 통해 해소되는 현상입니다. 고구마 같은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그래, 이렇게 끝나야지" 하는 쾌감을 누릴 수 있다면 그것도 오락 영화의 정직한 역할이니까요. 다만 그 쾌감의 무게가 좀 더 묵직하려면, 빌런의 잔혹성이나 왜곡된 인간성을 조금 더 깊이 파고들었어야 했습니다. 그 부분이 납작하게 처리된 것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요약: 클리셰 구도를 반복하면서도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흠집을 메운 영화로, 오락적 카타르시스는 충분하지만 장르적 독창성에서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끝장수사 실화 기반이에요? 어떤 사건이 모티브인가요?

A. 한국 실화가 아니라 일본의 억울한 옥살이 사건 네 개에서 모티브를 가져왔습니다. 판결 선고 직전 진범이 자백해 석방된 우아지마 사건, DNA 재감정으로 무죄가 밝혀진 아시카가 사건, 만기 출소 후 뒤늦게 진범이 드러난 히미 사건 등이 시나리오의 출발점입니다. 실화를 그대로 영화화한 것이 아니라 여러 사건에서 설정만 따온 방식입니다.

 

Q. 배성우 형사 연기, 진짜 볼 만한가요?

A. 제 경우엔 이 영화의 가장 확실한 관람 이유가 배성우였습니다. 능청스러우면서도 순간순간 날카롭게 튀어나오는 형사 연기가 시나리오의 빈틈을 상당 부분 채워줬습니다. 버디코미디 공식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연기입니다. 반대로 탄탄한 시나리오를 기대하고 간다면 기대치를 약간 낮추는 것이 좋습니다.

 

Q. 범죄도시나 베테랑이랑 비교하면 어느 정도 수준이에요?

A. 두 작품과 비교하면 장르 완성도 측면에서는 한 단계 아래라는 것이 솔직한 평가입니다. 클리셰 구도를 비틀어내는 연출적 독창성이나 빌런의 서사적 깊이가 부족합니다. 다만 오락 영화로서의 쾌감, 웃음의 밀도, 배우들의 앙상블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어서 극장에서 가볍게 즐기기엔 나쁘지 않습니다.

 

Q. 초반 코미디 톤이랑 후반 스릴러 톤이 너무 달라서 이질감 있지 않나요?

A. 이 부분은 보는 관점에 따라 갈립니다. 톤앤매너의 전환이 오히려 서사에 긴장감을 더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전환이 충분히 매끄럽지 못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초반 웹툰 시퀀스 연출이 다소 조악하게 느껴져 몰입을 끊었고, 후반부 범죄 스릴러로 전환할 때 관객 입장에서 전개 피로감이 쌓이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끝장수사'는 허위자백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오락 장르 안에 담으려 한 의도는 좋았지만, 그 소재를 끝까지 밀고 나가지 못한 채 익숙한 공식 위에서 마무리된 작품입니다. 배성우와 윤경호의 연기가 시나리오의 빈틈을 메워줬고, 버디코미디 특유의 유쾌함도 분명히 살아 있었습니다.

한국형 범죄 버디무비를 즐겨 보는 제 기준으로는 극장에서 한번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단, 장르의 새로운 가능성을 기대하는 분들보다는 아는 맛의 안정감을 원하는 분들에게 더 잘 맞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고에서 나온 오락 영화치고는 선방했고, 배우들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관람이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cWcnQb9b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