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반장을 맡았던 시절, 저는 단순한 교실 규칙 하나를 정하는 데도 반 전체의 눈치를 봐야 했습니다. 그 기억이 있어서인지 넷플릭스 드라마 <더 소사이어티>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습니다. 어른이 사라진 마을에 고립된 청소년들이 스스로 법과 질서를 만들어가는 이야기, 단순한 하이틴 드라마가 아니라 사회가 어떻게 탄생하고 무너지는지를 꽤 날카롭게 짚어낸 작품입니다.

고립이라는 설정이 만들어내는 긴장감
국립공원 캠핑을 떠났던 아이들이 폭풍으로 캠핑이 취소되어 마을로 돌아왔을 때, 부모님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통화도 안 되고, 버스도 떠나버렸죠. 처음에는 단순한 오해겠거니 했던 아이들이 진짜 고립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의 과정이 꽤 설득력 있게 묘사됩니다.
제가 이 장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반응의 스펙트럼이었습니다. 어떤 아이들은 파티를 열며 자유를 만끽했고, 어떤 아이들은 즉시 식량 파악과 외부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저도 학창 시절 수련회에서 연락이 잠깐 끊겼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친구들의 반응이 딱 저렇게 갈렸습니다. 어떤 친구는 "오히려 좋아"였고, 어떤 친구는 이미 비상계획을 짜고 있었죠.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라는 개념도 이 드라마의 핵심 키워드입니다. 여기서 평행우주란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시간축이나 차원에 존재하는 세계를 의미합니다. 2019년에 일어나야 할 일식이 예정보다 5년 앞당겨 발생하고, 주변 위성이 모두 사라지면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원래 살던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에 고립된 것이라는 가설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시즌 마지막 장면에서 어른들 역시 아이들이 사라진 또 다른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이 설정에 무게가 실립니다.
리더십의 무게 — 커샌드라와 앨리가 보여준 것
드라마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두 자매의 리더십 방식 차이입니다. 커샌드라는 빠른 판단과 강한 실행력으로 혼란을 잡아갔습니다. 배급제를 도입하고, 위원회를 조직하고, 규칙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 결단력이 오히려 반감을 샀고, 결국 졸업 파티 뒤 홀로 뒷정리를 하다 총에 맞습니다.
앨리는 달랐습니다. 언니와 달리 매 결정마다 확신이 서지 않아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오히려 저는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반장을 맡았을 때도 딱 그랬거든요. 학급 내 갈등을 조율하면서 한쪽 편을 들면 다른 쪽이 상처받고, 중립을 지키면 양쪽에서 욕을 먹었습니다. 앨리가 결단을 미루다 욕을 먹는 장면에서 괜히 공감이 갔습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Charismatic Leadership)과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두 개념이 이 자매를 통해 대비됩니다. 카리스마적 리더십이란 강한 개인적 영향력으로 집단을 이끄는 방식이고, 서번트 리더십이란 구성원의 필요를 먼저 채워주면서 신뢰를 쌓아가는 방식입니다. 커샌드라는 전자에 가까웠고, 앨리는 후자를 지향하면서도 그것이 얼마나 소모적인 일인지를 몸소 보여줍니다.
리더십 연구자들은 위기 상황에서는 구성원이 카리스마적 리더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여러 연구가 이 점을 반복해서 지적합니다(출처: Harvard Business Review). 커샌드라가 죽고 나서야 아이들이 그녀의 규칙을 그리워하는 장면은 그래서 더 씁쓸하게 남았습니다.
사회계약의 탄생과 붕괴 — 이 드라마의 진짜 주제
이 드라마를 보면서 제가 제일 많이 떠올린 개념이 사회계약론(Social Contract Theory)입니다. 사회계약론이란 개인이 자신의 일부 자유를 공동체에 양도하는 대신, 그 공동체로부터 안전과 질서를 보장받는다는 정치철학적 개념입니다. 17세기 철학자 존 로크와 장 자크 루소가 정립한 이 이론이, 고등학생들의 손에 의해 실시간으로 실험되는 것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어른이 없다는 사실에 해방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식량이 떨어지고, 첫 번째 사망자가 나오고, 살인 사건이 발생하자 질서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커샌드라가 제안한 배급제와 공동 주거, 노동 의무 같은 규칙들이 통과되는 과정은 인류가 왜 국가를 만들었는지를 단 몇 화 만에 설명해버립니다.
더 섬뜩한 건 붕괴의 속도였습니다. 커샌드라가 죽고 나서 아이들이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고, 재판이 열렸고, 사형이 집행됐습니다. 그리고 캠벨이 쿠데타를 일으켜 앨리를 체포했습니다. 이 과정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벌어집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는데, 역사 속 실제 사례들을 찾아보니 사회가 붕괴하는 속도가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1단계: 어른 부재 → 해방감, 파티, 일탈
- 2단계: 자원 고갈, 사망자 발생 → 공포, 공동체 규칙 수립
- 3단계: 살인 사건, 재판, 사형 집행 → 법과 권력 기구 형성
- 4단계: 리더 제거, 쿠데타 → 체제 전복과 권력 다툼
이 4단계가 인류 역사의 축소판처럼 느껴졌던 건 제 과잉 해석이 아닐 겁니다. 로크의 사회계약론을 정리한 스탠퍼드 철학 백과사전 항목과 비교해봐도 이 드라마의 구조는 꽤 충실합니다(출처: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아쉬운 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만큼 아쉬운 지점도 솔직하게 짚고 싶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르의 드라마는 세계관 미스터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재시청율을 결정하는데, 더 소사이어티는 이 부분에서 아쉬웠습니다.
마을을 뒤덮었던 악취, 버스 기사와 어른들의 금전적 분쟁, 아이들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 메커니즘 등 핵심적인 세계관 떡밥이 시즌1 내내 거의 해소되지 않습니다. 나름의 복선이 깔려 있다는 건 알겠는데, 시청자 입장에서는 10화를 다 보고 나서도 "그래서 왜 거기 갇혔는데?"라는 질문이 고스란히 남습니다.
하이틴 로맨스 클리셰(Cliché), 즉 특정 장르에서 반복되어 식상해진 전형적인 설정들도 꽤 많이 등장합니다.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윌-켈리-앨리의 삼각관계가 필요 이상으로 길게 다뤄지는 장면은 극의 무게를 분산시킵니다. 물론 청소년 캐릭터들의 감정을 현실적으로 그리려는 의도라는 건 이해하지만, 제 경우엔 그 장면들이 나올 때마다 잠깐 몰입이 깨졌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여파로 시즌2가 취소됐다는 사실이 진심으로 아쉽습니다. 평행우주라는 설정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됐을지, 어른들과 아이들이 각자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지를 끝내 보지 못한 채로 남았으니까요. 미완성으로 끝난 작품이지만, 그 미완성 자체가 오히려 이 드라마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더 소사이어티 시즌2는 왜 취소됐나요?
A. 2020년 넷플릭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제작 환경 변화와 비용 문제를 이유로 시즌2 제작을 취소했습니다. 한 번 촬영까지 확정됐다가 번복된 케이스라 팬들의 실망이 컸고, 핵심 미스터리가 해소되지 않은 채 마무리된 점이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Q. 더 소사이어티가 파리대왕과 비슷하다는 말이 맞나요?
A. 어른 없이 고립된 청소년들이 자체적인 사회를 만들고 폭력으로 붕괴한다는 큰 틀은 윌리엄 골딩의 소설 파리대왕과 겹칩니다. 다만 파리대왕이 인간의 원시적 폭력성에 집중한다면, 더 소사이어티는 민주주의와 법, 리더십의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탐구합니다. 현대판 파리대왕이라는 수식어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다루는 층위가 조금 다릅니다.
Q. 아이들이 다른 차원에 갇혔다는 설정이 어떻게 증명되나요?
A. 드라마 안에서 두 가지 단서가 제시됩니다. 첫 번째는 2024년에 예정된 일식이 2019년에 발생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주변의 모든 통신 위성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시즌 마지막 장면에서 어른들이 "뉴햄"이라는 또 다른 마을에 멀쩡히 살면서 아이들을 찾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며, 두 집단이 서로 다른 차원에 분리됐다는 가설에 힘이 실립니다.
Q. 더 소사이어티, 어느 연령대에게 추천하나요?
A. 드라마 자체는 청소년 등장인물들이 주를 이루지만 폭력, 약물, 사형 집행 등 무거운 소재를 담고 있어 실질적으로는 성인 시청자에게 더 적합합니다. 정치철학이나 사회 구조에 관심 있는 분, 혹은 디스토피아 장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특히 흥미롭게 볼 수 있습니다.
결론
더 소사이어티는 미완성으로 끝난 드라마지만,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오래 머리에 남습니다. 어른이 없으면 질서는 자연스럽게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 법과 안전은 누군가의 엄청난 희생과 소진 위에 유지된다는 것, 그걸 고등학생 캐릭터들을 통해 이렇게 실감 나게 보여준 작품은 많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일단 한 화만 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이 드라마가 가장 잘하는 것은 거창한 정치 이론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결단을 강요받는 순간의 두려움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것이었습니다. 시즌2가 없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서 오히려 시즌1의 여운이 더 길게 남는 작품입니다.
- Total
- Today
- Yesterday
- 넷플릭스드라마
- 범죄스릴러
- 황정민
- 스토킹영화
- 영화리뷰
- 결말포함
- 한국영화추천
- 한국영화
- 영화추천
- 마동석
- 유해진
- 숨겨진명작
- 한국스릴러
- 한국액션영화
- 액션영화
- 주성치
- 2026영화
- 넷플릭스추천
- 한국범죄영화
- 반전영화
- 공포영화
- 전종서
- 한국영화리뷰
- 드라마리뷰
- 홍콩영화
- AI로봇영화
- 2025영화
- SF스릴러
- 한국누아르
- 넷플릭스sf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4 | 5 | ||
| 6 | 7 | 8 | 9 | 10 | 11 | 12 |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 27 | 28 | 29 | 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