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딸이 죽은 뒤에야 진짜 어른이 된다는 말, 믿으시겠습니까. 김연홍이라는 인물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평범한 정치인 아내 캐릭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야산에서 딸 민진의 시신이 발견되는 순간부터, 이 작품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복수극이자 스릴러이자 가족 드라마. 그 세 가지가 뒤엉킨 채 끝까지 달리는 이야기입니다.

 

서사 개연성: 이 드라마가 진짜 무서운 이유

복수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왜 이 사람이 이렇게까지 하는가"에 대한 납득입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그 납득의 과정이 꽤 촘촘하게 쌓인다는 걸 느꼈습니다. 단순히 딸이 죽어서 복수하는 게 아니라, 그 죽음의 원인이 한 겹씩 벗겨지는 구조가 관건이었습니다.

서사 개연성(narrative coherence)이란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 관계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앞에서 던진 복선이 뒤에서 제대로 회수되느냐의 문제입니다. 제가 직접 전체 흐름을 따라가며 메모를 해봤는데, 민진의 시계가 미옥의 손목에 있었다는 단서, 비밀 아지트에 쌓인 1억 현금, 담임 교사 소라의 몰카 협박 구조까지 — 이 세 개의 축이 예상보다 깔끔하게 맞물렸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블랙메일(blackmail) 구조의 설계입니다. 여기서 블랙메일이란 약점을 쥐고 지속적으로 금전이나 행동을 강요하는 범죄 행위를 말합니다. 민진과 미옥이 담임에게 몰래카메라가 달린 공기청정기를 선물해 영상을 확보하고, 그것으로 2년간 시험지를 빼돌렸다는 설정은 —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학생이 교사를 협박하는 역전 구도인데, 그게 오히려 민진의 죽음과 직결되는 트리거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한 가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연홍이 수사 기록을 직접 빼내고, 최면 요법(hypnotherapy)을 활용해 목격자의 기억을 끌어내는 장면까지 이어지는데 — 최면 요법이란 피험자의 의식 경계를 낮춰 억압된 기억이나 무의식 정보를 이끌어내는 심리 기법입니다 — 이 과정이 실제로 얼마나 법적 증거 능력을 가질 수 있는지는 꽤 의심스럽습니다. 최면 진술은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형사소송법 기준상 독립적 증거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드라마니까 넘어갈 수 있지만, 이 부분에서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복수극으로서 설득력을 갖는 건, 연홍이라는 인물이 감정적으로 폭발하면서도 동시에 냉정하게 증거를 모으는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복수극에서 주인공이 울기만 하거나 행동하기만 하면 공허해지는데 — 이 작품은 그 사이에서 제법 균형을 잡습니다.

  • 민진의 시계 → 미옥의 손목 → 두 사람의 관계 역추적 (복선 회수)
  • 몰카 공기청정기 → 2년간 시험지 유출 → 1억 요구 → 살인 (인과 사슬)
  • 최면 요법을 통한 목격자 기억 복원 (심리 기법 활용, 법적 증거력은 한계)
  • 연홍의 감정 폭발과 냉정한 증거 수집이 교차하는 이중 구도
요약: 블랙메일과 역전 협박 구조를 중심으로 서사 개연성이 상당 부분 확보되나, 최면 진술의 법적 현실성 같은 허점도 공존합니다.

 

장르 한계: 오컬트 없이도 충분히 무서웠던 이야기

그렇다면 이 작품을 오컬트 스릴러로 부를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질문에서 꽤 오래 머물렀습니다. 제가 직접 전체를 따라가며 느낀 건, 이 드라마는 오컬트적 요소가 사실상 장식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무속인을 찾아가는 장면이나 복수를 다짐하는 의식적인 연출은 있지만, 그게 서사의 핵심 동력은 아닙니다.

오컬트(occult)란 본래 초자연적이거나 비밀스러운 힘을 다루는 장르적 관습을 가리킵니다. 즉,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상이 이야기의 중심 갈등에 개입해야 오컬트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진짜 무서운 건 귀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딸을 잃은 부모를 이용해 선거 동정표를 긁어모으는 남편 김종찬, 학생을 협박에 활용하다 결국 살인까지 방조한 교사 — 이쪽이 훨씬 더 오싹합니다.

제가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오컬트 코드를 표방하면서도 실제 공포의 원천은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 군상에서 나옵니다. 이건 장르적 정체성의 혼선입니다. 연상호 작가가 만들어온 세계관을 생각하면 — 귀불이나 저주 같은 초자연적 소재가 인간 내면의 죄책감을 건드리는 방식으로 기능해야 하는데 — 이 작품에서는 그 연결 고리가 약합니다.

비교하자면,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FIC)가 분류한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대표작들은 대개 초자연적 존재가 인물의 심리적 트라우마와 유기적으로 연동됩니다. 이 작품은 그 연동이 표면적 수준에 머뭅니다. 제 경우엔, 오컬트 요소를 덜어내고 순수 복수 스릴러로만 봤을 때 오히려 더 몰입이 됐습니다.

다만 이것이 작품의 완전한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개별 장면의 긴장감 — 특히 연홍이 미옥의 아지트에서 현금 다발을 발견하는 시퀀스, 그리고 살인 가해자인 미옥이 유서에 담임 소라를 지목하는 반전 — 은 제가 보기에 이 작품에서 이 사람이 쓴 장면이구나 싶을 만큼 날이 서 있었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 즉 극적 감정 정화의 순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요약: 오컬트를 표방했지만 실제 공포는 인간에서 나오며, 장르적 정체성의 혼선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아쉬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딸을 잃은 엄마 복수 드라마 괴이, 실화 기반인가요?

A. 실화 기반은 아닙니다. 다만 학교 내 시험지 유출, 교사 블랙메일, 선거를 이용한 동정 여론 조성 같은 설정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조합한 것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불쾌하게 리얼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Q. 미옥이 진짜 민진을 죽인 건가요, 사고인가요?

A. 미옥이 민진을 뺑소니로 치어 사망에 이르게 했고, 이후 자신의 유서에서 그 사실을 고백합니다. 의도적 살인과 사고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는데, 이 점이 오히려 더 비극적인 여운을 남깁니다. 미옥 역시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다는 구도입니다.

 

Q. 연홍의 복수는 결국 성공하나요?

A. 작품은 연홍이 살인자의 휴대폰에서 찾아낸 '갑'이라는 인물과 만나는 장면으로 절정을 향합니다. 복수의 완결 여부는 해석에 따라 열려 있는 구조인데, 제가 보기엔 이 열린 결말이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남기기 위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Q. 이 작품 오컬트 요소가 많이 나오나요?

A. 기대와 달리 오컬트적 공포보다 인간 중심의 현실적 스릴러에 훨씬 가깝습니다. 무속인이나 의식적 장면이 간간이 등장하지만, 서사의 핵심은 철저히 인간의 탐욕과 공모에 있습니다. 오컬트 장르를 기대하고 보면 다소 의아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 작품은 장르적 완성도보다 인물 한 명의 감정 밀도로 버티는 드라마입니다. 오컬트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현실 스릴러이고, 복수극이라고 부르기엔 서사의 일부가 성글지만 — 그럼에도 연홍이라는 어머니가 딸의 죽음을 추적하는 과정은 충분히 볼 만합니다. 제 경우엔, 장르 기대치를 낮추고 감정 드라마로 접근했을 때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오컬트와 복수 스릴러의 결합이라는 기획 자체는 매력적입니다. 다만 그 기획을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아쉬움도 남습니다. 비슷한 소재에 관심이 있다면, 이 작품을 보기 전에 한국형 오컬트 장르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흐름을 한 번 짚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8rrCDYGxX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