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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인터넷을 떠돌던 '치악산 18토막 살인사건' 괴담이 스크린으로 옮겨온다고 했을 때, 저는 꽤 기대를 품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실제 지명과 도시전설이 맞물린 한국형 산악 호러라는 조합은 처음부터 남달리 당겼으니까요.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 제가 느낀 건 공포가 아니라 허탈함이었습니다.

 

치악산 괴담을 원작으로 삼은 설정, 처음엔 통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느낀 건, 도입부만큼은 꽤 영리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영화 <치악산>은 산악바이크 동호회 '산가자' 멤버들이 라이딩 영상 촬영을 명목으로 깊은 산속 산장을 찾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현대인의 취미 활동인 마운틴 바이킹(MTB, Mountain Biking)을 공포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인데, MTB란 비포장 산악 지형을 달리는 자전거 스포츠로 최근 국내에서 동호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 익숙한 일상적 소재가 외딴 산속이라는 고립 공간과 맞물리면서, 초반엔 현실과 공포 사이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흐릿해지는 효과를 냈습니다.

치악산이라는 실제 지명을 배경으로 쓴 것도 제 경우엔 몰입도를 높이는 요소였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치악산은 강원도를 대표하는 산으로, 험준한 지형과 울창한 숲이 실제로도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곳입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영화 속 인물들이 그 숲 안에서 하나둘 이상 현상을 겪기 시작할 때, 저는 분명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감각을 느꼈습니다. 돌탑이 무너졌다 다시 세워져 있는 장면, 불이 꺼진 건물 안에서 길을 잃는 장면 같은 초현실적 연출이 산이라는 거대한 자연 공간과 어우러지면서 로케이션 호러(Location Horror), 즉 특정 장소 자체가 공포의 근원이 되는 장르적 문법을 제법 잘 구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부에서는 나름의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특히 김예원 배우가 불꽃놀이 직후부터 알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는 현지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이 꽤 설득력 있었다는 점입니다. 멍하니 밖으로 걸어 나가거나, 이름을 불러도 반응하지 않는 해리(Dissociation) 상태, 즉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끊기고 의식이 분리된 것처럼 보이는 연기가 공포감을 끌어올리는 데 확실히 기여했습니다.

  • 실제 지명 치악산을 배경으로 삼아 도시전설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효과
  • MTB 동호회라는 현대적 취미 설정으로 일상과 고립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
  • 배우 김예원의 해리 상태 연기가 전반부 공포 긴장감의 핵심 축
  • 돌탑, 소음, 불빛 등 미스터리 장치를 초반에 효과적으로 배치
요약: 치악산 괴담이라는 원작의 힘과 실제 지명의 공포감이 맞물린 전반부는 한국형 산악 로케이션 호러로서 꽤 유효했다.

 

공포 연출의 한계와 완성도 문제, 후반부에서 무너지다

그런데 문제는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였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전형적인 슬래셔 호러(Slasher Horror), 즉 고립된 공간에서 살인마나 미지의 존재가 등장인물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장르 공식을 따르던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르러 갑자기 UFO와 고대 문명을 연상케 하는 SF적 요소와 충돌합니다.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빛에 흡수되듯 사라지는 장면은, 그 자체로는 신선할 수 있지만 앞서 쌓아온 공포의 문맥과 전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당혹감은 꽤 컸습니다.

점프 스케어(Jump Scare)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 아쉬웠습니다. 점프 스케어란 갑작스러운 큰 소리나 화면 전환으로 관객을 순간적으로 놀라게 하는 공포 연출 기법인데, 이 영화는 서사적 긴장감을 쌓아 공포를 유발하기보다 이 단순한 기법에 지나치게 기댑니다. 한두 번이야 효과가 있지만, 같은 방식이 반복될수록 피로감이 누적되고 결국 관객은 스크린 앞에서 무감각해집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 패턴이 반복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저는 연출자가 공포의 밀도보다 반응의 즉각성만을 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각본의 구멍도 컸습니다. 산악바이크라는 독창적인 소재는 초반 코스 점검 장면 이후 완전히 사라집니다. 극이 본격화될수록 MTB가 공포와 접목될 여지는 전혀 없었고, 결국 이 설정은 인물들을 산속 산장으로 데려다놓기 위한 장치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 하필 치악산이어야 했는가에 대한 서사적 당위성도 후반부에 이르면 흐릿해집니다. 1980년 치악산에서 발견된 18구의 시체라는 괴담의 설정이 지하 공간의 수사 자료 형태로 잠깐 등장하긴 하지만, 이것이 현재의 공포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출처: 씨네21).

개봉 전부터 토막 시체 포스터 유출, 지자체와의 갈등 등 노이즈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은 것과 비교하면, 실제 작품의 완성도는 그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마케팅이 만들어낸 기대 자체가 너무 컸던 탓도 있겠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각본과 연출의 허술함은 분명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킬링타임용 공포물로서도 온전히 기능하지 못한 채, 노이즈에 에너지를 쏟아부은 주객전도된 사례로 남게 되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요약: 후반부의 장르 충돌, 점프 스케어 남용, 각본의 허술함이 겹치며 전반부에 쌓은 공포의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린 작품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치악산 영화, 실제 괴담 내용이 얼마나 반영됐나요?

A. 1980년 치악산에서 18구의 토막 시체가 발견됐다는 설정은 영화 속 지하 공간의 수사 기록 형태로 등장합니다. 다만 이 괴담이 현재 공포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 원작 도시전설의 힘을 온전히 활용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Q. 공포 영화 입문자도 볼 만한가요?

A. 제가 직접 보면서 느낀 건, 잔인한 비주얼보다는 점프 스케어 위주의 연출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극도의 고어물을 기피하는 분이라면 관람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서사적 만족도는 낮은 편이므로, 깊이 있는 공포 서사를 기대하신다면 다른 선택을 권합니다.

 

Q. 영화 속 산악바이크 장면이 많이 나오나요?

A. 아쉽게도 본격적인 MTB 라이딩 장면은 초반 코스 점검 장면에 집중돼 있고, 공포 상황이 본격화되면서부터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산악바이크라는 소재가 장르적으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한 점이 영화의 가장 큰 아쉬움 중 하나입니다.

 

Q. 노이즈 마케팅 논란이 뭔가요?

A. 개봉 전 토막 시체 형태의 포스터가 유출되고, 지자체와 이름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불거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당시 저도 이 논란 덕분에 영화를 인지했는데, 정작 작품 자체의 완성도보다 마케팅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은 결과물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Q. 한국 공포 영화 중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을 추천해 주세요.

A. 실제 지명과 도시전설을 결합한 한국형 산악 호러를 찾으신다면 <검은 사제들>이나 <곡성> 같이 한국적 자연 환경과 미지의 존재를 결합한 작품들이 서사적 완성도 면에서 훨씬 만족스러웠습니다. 제 경험상 장르적 쾌감과 서사의 균형을 원한다면 이쪽을 먼저 보시는 걸 권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영화 <치악산>은 치악산 괴담이라는 원작의 잠재력과 MTB라는 신선한 소재를 앞세워 출발은 괜찮았지만, 후반부의 장르 혼선과 점프 스케어 남용, 각본의 미완성이 겹치면서 공포 영화로서의 본령을 잃고 말았습니다. 제가 느낀 가장 큰 아쉬움은 왜 치악산이어야 했는지에 대한 대답을 끝내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공포 영화를 고를 때 노이즈 마케팅에 기대는 작품과 서사로 승부하는 작품을 구분하는 눈이 중요하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한국형 산악 호러라는 장르적 가능성 자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 그 가능성을 제대로 구현한 다음 작품이 나오길 기대하면서, 당장 킬링타임용 공포물을 찾는다면 이 작품보다는 서사적 완성도를 갖춘 선택지를 먼저 들여다볼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9TCa8assmt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