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만화의 팬층을 보유한 작품이 드라마로 옮겨올 때, 가장 큰 숙제는 방대한 세계관을 얼마나 매끄럽게 압축하느냐입니다. 드라마 는 그 숙제를 절반쯤 해냈습니다. 제주도라는 배경, 정염귀(정염기)라는 악귀의 존재, 반인반귀(半人半鬼)의 비극적 운명까지, 소재만큼은 정말이지 탐났습니다. 처음 예고편을 봤을 때 "이건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보고 나서 드는 감정이 뭔가 뜨거웠다가 미지근해진 느낌이었습니다. 세계관과 배우가 만든 흡입력드라마 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세계관 그 자체입니다. 정염귀(正炎鬼)란 인간의 몸을 빼앗아 그 형상으로 위장한 채 영원히 살아가는 악령을 가리킵니다. 쉽게 말해 인간과 구분이 불가능한 형태로 사회 깊숙이 침투한 존재인데, 이 설정 하나가 극 내내 끊임없는 긴장감을 만들어..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이게 말이 되나?" 싶었습니다. 고래가 국새를 삼킨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황당해서, 진지한 역사 사극을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갔다가 완전히 다른 영화를 보고 나온 기분이었거든요. 퓨전 사극(fusion historical drama), 쉽게 말해 역사적 배경에 현대적 오락 코드를 섞은 장르인데, 이 영화는 그 공식을 꽤 과감하게 밀어붙입니다. 기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작품이라, 제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보려 합니다. 캐스팅과 스토리: 황당한 설정이 살아남는 법영화의 배경은 조선 건국 직후입니다. 명나라 황제에게 받은 국새(國璽), 즉 나라의 공식 도장이자 권위의 상징물을 담은 사절단 배가 대형 고래의 습격을 받아 침몰하고, 고래가 그 국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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