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인 줄 알고 앉아 있다가 갑자기 뱀파이어가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1996년작 《황혼에서 새벽까지)》 얘기입니다. 처음 봤을 때 제가 느낀 건 당혹감이었는데, 두 번째부터는 그 당혹감이 오히려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각본,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조합이 만들어낸 이 작품은 B급 감성을 빌렸지만 구조 자체는 꽤 치밀하게 계산된 영화입니다.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꺼내야 할 것 같아서 조금 긴 얘기를 써봤습니다. 장르전환: 이건 계산된 배신이었다영화는 텍사스 국경 근처 주류점에서 시작합니다. 은행 강도 형제 세스와 리치가 인질을 트렁크에 싣고 멕시코로 넘어가려는 도주극이죠. 여기까지만 보면 전형적인 범죄 로드무비입니다. 목사 제이콥 가족을 캠핑카 ..
90분짜리 영화를 보고 나서 "어, 이거 한 번 더 봐야겠는데?" 싶었던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을 보고 딱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단순한 은행 강도 추격전으로 시작하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부터 현실과 조작된 세계 사이에서 완전히 길을 잃어버렸거든요. 최면이라는 소재를 이렇게 촘촘하게 엮어낸 SF 스릴러는 오랜만이었습니다. 반전구조 — 영화가 설계한 미로 속으로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 감독, 관객을 완전히 가지고 노는구나"였습니다. 시작부터 심상찮습니다. 익명의 제보가 들어오는데, 시간·장소·심지어 몇 번 금고가 털릴지까지 구체적으로 적혀 있어요. 강력계 형사 루크는 잠복을 나가고, 거기서 수상한 노신사를 포착하면서 사건은 급격히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여기서 이 영화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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