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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43)
도가니 (사회고발, 재현윤리, 악의평범성)

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끝나고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분노인지 무력감인지 구분도 안 되는 감정이 한동안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2011년 개봉한 영화 는 광주 인화학교에서 실제로 자행된 청각장애 아동 대상 성폭력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사회고발형 극영화입니다. 이 작품이 단순한 영화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지금도 제가 이 작품을 다시 꺼내 분석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세상을 바꾼 사회고발의 힘과 서사적 완성도영화가 개봉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국회에서는 일명 '도가니법'으로 불리는 성폭력 처벌 강화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전신 격인 민원 사이트에 관련 입법 요구가 폭주했고, 실제 사건 재수사까지 이루어졌..

카테고리 없음 2026. 9. 20. 17:27
어긋난 길 단편영화 (배경·인물, 장르 분석, 서사 한계)

러닝타임 20분 남짓의 단편영화가 장편 못지않은 긴장감을 밀어붙인다는 게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직접 봤더니 그 의심은 오프닝 3분 만에 거둬들여야 했습니다. 가출청소년과 전직 야구선수, 두 인물이 낡은 모텔 한 곳에서 맞부딪히는 이 작품은 짧은 시간 안에 사회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끌어올립니다. 다만 보고 나서 한동안 마음 한쪽이 불편했는데, 그 이유가 장르적 쾌감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배경과 인물 — 사회의 그늘을 끌어온 두 캐릭터영화의 두 축은 명확합니다. 신덤 스타킹을 판매하며 하루하루 버티는 가출청소년 지한, 그리고 스포츠도박의 늪에 빠진 전직 야구선수이자 낡은 모텔 운영자 기태. 제가 이 설정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요즘 한국 단편이 이렇게까지 가는구나'였습니다.두 인물이 ..

카테고리 없음 2026. 9. 20. 11:59
영화 슬로우비디오 리뷰 (동체시력, 흥행 실패, 차태현)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차태현이 나온다고 해서 가볍게 틀었다가 마지막 10분에서 결국 멈추지 못했습니다. 2014년작 영화 는 개봉 당시 관객 수 기준으로 손익분기점 절반도 채우지 못한 채 조용히 극장가를 떠났지만, 제가 보기엔 그 조용함이 오히려 이 영화의 본질과 딱 맞아떨어집니다.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 사이에서 일부러 느리게 걷는 영화. 그 걸음이 불편한 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저는 그 걸음 끝에서 꽤 오랫동안 멈춰 있었습니다. 동체시력이라는 설정이 서사에 어떻게 작동하는가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건 동체시력(Dynamic Visual Acuity)이라는 소재였습니다. 동체시력이란 움직이는 물체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눈의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빠르게 날아오는 야구공을 얼마나..

카테고리 없음 2026. 9. 20. 06:58
극비수사 리뷰 (실화배경, 인물분석, 장르한계)

범죄 스릴러인데 도사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1978년 부산에서 실제로 벌어진 유괴 납치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극비수사'는, 제가 그동안 봐온 한국 실화 범죄 영화들과 결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형사와 도사가 함께 아이를 찾는다는 이 엉뚱한 조합이, 보고 나서도 한참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실화가 품은 무게 — 1978년 부산 납치 사건의 배경한국 현대사에서 1970년대는 사회 인프라와 수사 체계가 모두 허술하던 시절입니다. 과학수사(Forensic Investigation)라는 개념, 즉 물리적·화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범죄를 체계적으로 규명하는 수사 방식이 국내에 제대로 자리 잡기 전이었습니다. 당시 경찰은 목격자 진술과 인력 수색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할 수..

카테고리 없음 2026. 9. 16. 21:49
연옥 영화 리뷰 (디스토피아, 액션, 서사)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처음 '연옥: 살인마들의 자치구역' 예고편을 봤을 때 그냥 자극적인 성인 액션물 정도로 가볍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극장에서 마주한 이 영화는 생각보다 훨씬 야심 찬 세계관을 품고 있었고, 그 야심만큼이나 뚜렷한 한계도 함께 드러냈습니다. 화끈한 타격감과 아쉬운 서사가 공존하는 2026년 여름의 문제작, 직접 보고 나서 느낀 점을 털어놓겠습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 어디까지 설득력이 있나이 영화가 구축한 배경이 흥미롭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저는 단연코 흥미로웠다고 답할 것입니다. 근미래를 배경으로 부활한 유배 제도, 법과 질서가 완전히 소거된 폐쇄 수용소 '연옥'이라는 공간 설정은 분명 한국 장르 영화에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시도였습니다.'디스토피아(Dystopia)'란 유토..

카테고리 없음 2026. 9. 16. 17:45
프레시 영화 리뷰 (장르 전환, 카니발리즘, 여성 연대)

로맨틱 코미디인 줄 알고 봤다가 30분 만에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됩니다. 영화 (2022)는 현대 데이팅 문화를 배경으로 시작해 식인이라는 극단적 소재를 정면으로 들이밀며 장르 자체를 뒤집어 버리는 작품입니다. 저도 처음엔 분위기를 보고 가볍게 틀었다가, 타이틀 크레딧이 뜨는 순간부터 등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30분짜리 로맨스가 복선이었다 — 장르 전환의 충격일반적으로 호러 영화는 초반 5~10분 안에 장르적 신호를 보내는 것이 공식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는 이 공식을 의도적으로 무너뜨립니다. 데이팅 앱에 지친 주인공 노아(데이지 에드가존스 분)가 마트에서 정형외과 의사 스티브(세바스찬 스탠 분)를 만나 설레고, 연락하고, 여행을 떠나는 그 모든 과정이 무려 30분에 걸쳐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카테고리 없음 2026. 9. 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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